영화 ‘미쓰 홍당무’의 주인공 양미숙은 한국영화 사상 유례없는 궁극의 괴짜 캐릭터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에 걸린 양미숙은 ‘비호감’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하이톤의 신경질적인 말투, 못생긴 얼굴에 ‘성난’ 곱슬머리, 촌스러운 패션, 누가 툭 건들기만 해도 욱하는 공격적인 태도, 몇 번 옷깃을 스친 것만으로도 “그는 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라고 믿는 과대망상증까지, 그래서 그는 왕따다. 하지만 짝사랑하는 서 선생의 사랑을 얻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등 노력파이기도 하다.
이처럼 독특하고 웃기면서 쓸쓸하고 외로운 양미숙은 공효진이기에 가능했다. 그는 다양하고 코믹한 표정 연기를 능수능란하고 뻔뻔하게 선보인다. 평소 패셔니스타로 알려진 공효진은 맨얼굴보다 더 굴욕적인 얼굴로 1시간40분의 러닝타임을 이끈다. 하지만 공효진이 양미숙을 연기하기란 외모가 망가지는 것 이상으로 힘든 일이었다.

“외모가 망가지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어요. 양미숙은 저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정말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양미숙이 됐어요. 분장을 하고 옷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양미숙의 표정, 말투, 걸음걸이가 나왔어요. 그 코트가 꼭 마법 코트 같았다니까요.”
차분하면서도 약간은 툭 내던지듯 쿨하게 얘기하는 공효진은 양미숙과는 단 하나의 공통점도 없어 보였다. 게다가 공효진에게 양미숙은 주변에서도 보기 힘든 인물이었다. 그나마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카비리아의 밤’ 속 여주인공을 보며 약간의 참고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양미숙에 대해 “정말 피곤하고 실제로는 친구하기도 어려운 캐릭터”라고 했다. “감독님이 끝에 가서는 사랑스럽게 보이자고 하셨지만 제가 봐도 사랑스럽기는 힘들 것 같고요, 그냥 관객들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요. 참 불쌍한 애구나 하고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양미숙이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났어요. 특히, 고교 시절 단체사진 찍을 때 왕따당하는 장면요. 보통 사람들은 왕따를 방관하죠. 영화가 청소년불가 판정을 받은 게 안타까워요. 특히,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왕따에 대해 뜨끔해하면서 이해하기를 바랐어요.”
영화는 특이한 캐릭터 양미숙의 과대망상과 짝사랑을 사수하기 위한 기이한 에피소드들을 나열한다. 공효진은 양미숙과 종희와의 관계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양미숙과 서종희는 사제지간인데, 제자와 함께 일을 꾸미는 등 사제지간에 할 수 없는 일을 하잖아요. 하지만 양미숙과 종희는 서로에게 유일한 친구에요. 결국, 양미숙은 중요한 것(서선생님)을 포기하고, 종희도 선생님과의 우정을 위해 서로를 받아들여요. 바로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는 관객이 자신이 이해한 것처럼 양미숙을 이해하고 불쌍하게 생각한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얼굴만 크게 나온 포스터는 저도 충격적이었요. 관객들이 못생겼다고 영화 보기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요. 그렇더라도 악플은 안 달았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는 최근의 잇따른 연예인 자살을 염두에 둔 듯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자신과 관련된 댓글들을 본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며 “의외로 상처받고 있는 연예인이 많다.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단호히 말하기도 했다.
공효진은 2008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쓰 홍당무’와 또 다른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두 편이 초청되는 기쁨을 안았다. 게다가 두 영화 모두 신인 여성감독의 작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계획적으로 여성 감독님 작품을 고른 게 아닌데 그렇게 됐네요. 그리고 다 좋은 작품이고 결과도 좋은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저는 참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묻자 “캐릭터의 설득력”이라며 “저예산에 대중성이 없는 영화라도 캐릭터가 살아 있는 영화를 고른다”고 말했다.
공효진의 말대로 ‘미쓰 홍당무’는 캐릭터가 톡톡 살아 숨 쉬는 영화다. 어쨌든 공효진은 ‘미쓰 홍당무’의 전대미문의 독특한 캐릭터 연기로 배우로서 한 걸음 도약했다. 그는 앞으로 “명예로운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는 부와 명예를 가지는 직업이지만, 무작정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부와 명예의 선택의 길에 서게 돼요. 저는 부 대신 명예를 택해서 가고 싶어요. 불미스러운 생활을 하거나 부끄러운 작품을 하지 않는 그런 잘 다듬어진 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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