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3000만 달러라는 거대한 제작비를 들였으며, 우리나라의 장동건 외에도 일본의 사나다 히로유키, 홍콩의 장백지와 사정봉이 주연으로 출연한 범아시아 영화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개봉해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다.
최근 ‘칠검’, ‘신화-진시황릉의 전설’, ‘퍼햅스러브’ 등 중국 영화에 출연한 국내 배우들이 주조연급이었던데 반해, 장동건은 이 영화에서 이야기의 중심축으로서 진정한 프로타고니스트로 등장한다. 그는 다른 인물들이 각자 부여받은 비극적 운명에서 발버둥칠 때 홀로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인물이다.
영화 ‘무극’의 시공간은 비현실적인 세계다. 또 아름다운 공주님과 그를 구하는 용감한 기사, 공주를 노리는 이웃 나라 왕자가 등장하는 ‘동화’같은 판타지 영화다. 화려한 동양화를 보듯 흰색, 빨간색, 검은색 등과 같은 강렬한 색이 화면을 덮으며 신비로운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지만, 그 속의 이야기는 역시 동화처럼 단순하다.
설국 출신인 노예 쿤룬(장동건)은 바람처럼 빠른 초인적 능력을 가졌다. 그 덕에 용맹한 장군 쿠앙민(사나다 히로유키)의 부하가 된다. 쿤룬은 주인인 장군 대신 왕비 칭청(장백지)의 목숨을 구하지만, 왕비는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장군이라고 믿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쿤룬 역시 아름다운 칭청을 사랑하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쿤룬은 ‘아더왕’에서 기네비어 왕비를 사랑한 기사 랜슬롯 경이자, 사랑을 빼앗긴 ‘인어공주’이기도 하다. 이러한 엇갈린 사랑의 아픔 외에 동족을 말살한 북공작(사정봉)에 대한 분노가 쿤룬을 노예를 뛰어넘는 존재로 만든다.
영화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칭청과 그녀를 사랑하는 세 남자의 갈등을 주요 축으로 하면서, 각자의 비극적 운명과 이를 뛰어넘으려는 시도 등 드라마틱하고 심오한 주제를 다뤘다.
하지만 판타지 영화로서 영상은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만화같고 인위적이다. 또 무엇보다 판타지에서 가장 중요한 서사가 약하다. 문학을 뿌리로 만든 서양 판타지 영화의 성과를 뛰어넘는 동양의 판타지가 아쉽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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