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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07 못된 그녀들 밉지가 않아~ (1)


뻣뻣이 든 고개, 상대방을 꿰뚫는 듯이 쏘아보는 눈빛, 양쪽 끝이 약간 올라간 채 꽉 다문 입. 그리고 그녀의 도톰한 입술 사이에서 나오는 말은 "꼬라지하고는~", "맘에 안들어!", "바꿔!" 같은 부정적이고 가시 돋힌 대사뿐이다.

인기리에 끝난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기존 드라마 여주인공의 계보를 완전히 무너뜨린 나상실(조안나)의 오만 도도한 캐릭터다. 그녀는 기억을 잃은 뒤에도 이같은 오만한 성격을 유지해, 그 성격의 근원이 막대한 돈과 지위가 아니라 선천적임을 증명했다.

한동안 드라마에는 착하고 청순가련한 신데렐라가 판을 치다가, 최근엔 착한 심성에 발랄함과 씩씩함을 더한 캔디가 유행했다. 하지만 이들도 돈 많은 멋진 왕자님을 만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캔디렐라'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은 신데렐라도, 캔디도, 캔디렐라도 아니었다. 그녀는 따뜻하고 착한 캔디보다는 이기적이고 표독스러운 이라이저에 가깝다. 그녀는 처음부터 여왕이었으며 기억을 상실한 뒤에도 여왕의 기질을 버리지 않았고 또 끝까지 여왕이었다.

보통 드라마의 문법대로 한다면 선한 눈매를 가진 긴 생머리의 '꽃다발' 오유경이 여주인공이고 나상실은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녀였겠지만, <환상의 커플>에서는 이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하늘하늘 청순가련한 오유경은 내숭녀로, 쭉 찢어진 눈의 차갑고 독한 나상실은 미워할 수 없는 악녀로서 사랑까지 쟁취하는 여주인공이 됐다.
모든 드라마 여주인공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캔디가 탄생한지 몇십년 만에 드디어, 캔디를 제치고 이라이저가 안소니의 또는 테리우스의 사랑을 얻은 것이다. "그래도 못되처먹은 네가 좋아"라는 로맨틱한(?) 사랑 고백과 함께.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콜린 퍼스의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좋다(I like you just as you are)"라는 대사처럼 모든 여성이 듣고 싶은 사랑 고백이 아닐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도 싸가지 없고 제멋대로인 오만방자한 여자가 등장한다. '악마'로 상징되는 패션잡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프레슬리는 꿈에서라도 만나기 싫은 끔찍한 상사다.
나상실이 좀더 나이들면 이런 모습일까 싶을만큼 두 사람은 닮았다. 오만하고 독재적이며 아랫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 두 사람이 등장하면 모든 평화는 깨진다. 사람들은 이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벌벌 떤다.  

하지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역시 드라마 <환상의 커플>처럼 '악녀'를 '악녀'로만 보지 않는다. 문학적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원작 소설이 미란다를 단지 '악마'로만 표현했다면, 영화에서는 미란다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녀의 인간적인 면까지 보여준다.  
미란다는 주인공의 반대편에 서서 주인공과 갈등을 일으키는 앤타고니스트(antagonist)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를 본 많은 여성 관객들은 미란다를 미워하는 대신 군림하는 여성 독재자의 모습을 통해 일말의 통쾌함을 느꼈다. (<환상의 커플>을 통해서도 사람들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당당하며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나상실의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꼈다.)
또 더 나아가 미란다에게 그렇게 괴롭힘을 당했던 주인공 앤드리아는 미란다를 비난하는 이에게 "미란다가 남자라면 존경을 받았을 것"이라며 '악마'를 옹호하기까지 한다. 또 두 사람이 서로간의 일하는 방식의 차이를 인정하며 눈빛을 교환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여성간의 연대감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요즘의 많은 여성 처세서들이 여성들에게 착한여자 콤플렉스를 벗어 던지고 자기 것을 챙길 줄 아는 똑똑한 '나쁜 여자'가 되라고 말한다. (CF 속 이효리도 그 중 하나다.) 나상실이나 미란다 프레슬리는 분명 나쁜 여자지만, 모든 여성들이 닮아야 하는 바람직한 여성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미란다 프레슬리의 모습은 세계 정치계에서는 한물 지나간 '준남성' 여성 리더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오만하고 못되고 제멋대로인 여성이 긍정적인 모습으로 전면에 등장한 적이 있었던가. 장희빈이나 <여인천하>의 정난정처럼 드라마에서 못되고 권모술수에 능한 여성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최후는 파멸과 비극이었고, 사람들이 이들에 대해 느끼는 최상의 감정은 동정과 연민뿐이었다.
그래서 이들 두 작품에서 못된 여자가 결국엔 한 남자의 사랑도 받고 자신의 커리어에서 끝까지 승승장구하는 '해피 엔딩'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하다. 게다가 이들은 밉지 않고 한편으로는 사랑스럽고 부럽기까지 한 대상으로 등극했다. 진정 못된 여자들의 승리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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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6/12/0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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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민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짝짝짝.
    그래도 이쪽이 현실성 있지 않나 싶네요.

    환커 정말 재밌게 봤어요ㅠ
    아직도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귓가에 맴도네요.
    칸별이 악역은 좀 에라;
    생긴건 완전 순둥인게 내숭악녀 유경이를 연기하려니;ㅅ;
    오히려 예스리가 악역에는 어울리겠지죠(외모로만)

    2006/12/0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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