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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0/15 메트로섹슈얼을 만나다


[세계일보 2004.11.18]

‘아줌마’의 고정적인 이미지가 짧은 퍼머 머리에 펑퍼짐한 옷, 그리고 뻔뻔함을 상징하듯 ‘아저씨’로 대변되는 ‘한국 남자’는 규격화된 머리 스타일과 무채색의 옷차림, 그리고 스스로를 꾸미는 것과는 거리가 먼 외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한국 남자’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TV 광고에서는 당대 인기 남성 스타들이 등장해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 하며 피부관리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최근엔 남성용 얼굴 팩까지 등장했다.

스킨과 로션이 전부였던 남성 화장품도 기능·종류별로 다양해지고 있다. 젊은 남성들은 이발소 대신 미용실에 간다. 지난 봄과 여름에는 여성스러움의 극치인 꽃무늬 셔츠 차림에 단추를 풀어헤친 젊은 남성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귀걸이는 물론 목걸이, 팔찌 등도 더 이상 여성들만의 액세서리가 아니다. 또 외모를 중시하는 ‘얼짱’과 ‘몸짱’ 신드롬은 남성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 단순히 터프하기만 했던 남성상에서 부드럽고 곱상한 이미지의 ‘꽃미남’ 열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좀더 스타일리시하고 도회적인 느낌의 남성상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들은 남성적이면서도 외모와 패션에 민감한 여성적인 면을 가진 남성상이다. 이들이 바로 ‘메트로 섹슈얼’이다.

케이블·위성TV의 여성채널인 온스타일이 ‘남자를 건드렸다’. 10여명의 20∼30대 남성들의 일상생활을 담은 ‘싱글즈 인 서울2―메트로 섹슈얼’이 전파를 탄 것이다. 그 동안 대중매체가 다룬 남자들의 이야기는 남자의 힘과 의리의 세계가 전부였다면 이 프로그램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온스타일측은 많은 전문직 남성들 중 스스로에 대해 당당하고 멋낼 줄 아는 사람을 100명 정도 선정한 뒤 면접을 통해 최종적으로 10명을 뽑아 이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메트로 섹슈얼로 ‘인정’받은 이들 가운데 포토그래퍼 이진수(31)씨, 피부과 전문의 박준홍(35)씨, 모델 이언(23) 서도영(23)씨를 지난 15일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의 둥근 얼굴을 좀더 갸름하게 보이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고 당당히 털어놨다. 모델인 이언씨와 서도영씨 역시 직업이 직업인지라 당연히 외모와 패션, 몸매 가꾸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언씨는 “사람들이 저에게 ‘아무 옷이나 입어도 잘 어울린다, 멋있다’고 하는데 사실 아무 옷이나 입는 게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캐주얼 차림의 편한 스타일을 즐겨 입지만 무조건 편하게 입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옷을 하나 사더라도 아주 신중하고 까다롭게 고릅니다. 마음에 드는 바지 한 벌을 사는 데 한 달이 걸린 적도 있어요.”

서도영씨도 마찬가지다. “옷을 살 때 발품을 많이 파는 편이에요. 그래야 자신에게 딱 맞는 색깔과 체형을 알게 되고 더 멋진 옷을 고를 수 있습니다.” 남자들은 쇼핑을 싫어한다는 고정관념은 이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새미캐주얼을 즐겨 입는다는 이진수씨는 외모 가꾸는 것에 대해 “자신의 단점을 수용해 극복하면서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모 가꾸기란 자신의 단점을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즐겨 쓰는 패션 소품인 모자도 얼굴이 길어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이어 다른 사람들도 같은 종류의 말을 쏟아냈다. 이언씨는 “얼굴이 긴 사람은 브이넥 셔츠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거들었다. 주로 정장을 입는다는 박준홍씨 역시 “키가 작은 편이라 주로 세로줄무늬의 옷을 입는다”며 “‘옷이 날개’라는 말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렇듯 이들은 각자 자기 자신만의 패션 팁을 활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또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이 넘쳤다. 모두 “ 내 일이 너무 재미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진수씨는 사진찍기 취미가 일이 된 경우. 어렵고 힘든 조수 생활 끝에 이젠 어엿한 자신의 스튜디오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작업실 옆에 마련된 방에서 취미로 전기기타 연주를 즐긴다. 박준홍씨는 피부로 고민하는 많은 젊은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 나누는 일이 무척 즐겁단다. 그는 10대를 대상으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10대들의 피부상담을 하기도 하며, 주말에는 인라인 스케이팅을 즐기고 요리학원에 다닌다. 젊은 사람들의 외모 가꾸기에 대해서도 “자기 관리의 일종”이라며 “더 좋은 외모로 자신감을 찾고 더 씩씩하게 살면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메트로 섹슈얼의 대두는 소비를 촉구하는 마케팅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메트로 섹슈얼 이미지의 바탕에 전문직 남성의 이미지가 깔린 것도 구매력 있는 남성을 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이름으로 세련되고 도회적으로 포장된 남성 이미지는 젊은 남성들에게 외모와 패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은 자연스레 관련 상품의 소비와 연결된다. 패션업계에서 메트로 섹슈얼은 불황기를 헤쳐 나갈 최고의 키워드로 꼽히고 있다. 이 용어의 창시자인 마크 심슨은 “상품 마케팅 담당자와 남성 패션지들이 남성의 쇼핑을 부추기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남성미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도 이러한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언씨는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상업적인 이미지를 미디어에서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TV를 보며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것을 기대할 텐데 부담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서도영씨 역시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아주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박준홍씨는 “전문적인 직업과 경제력을 가진 ‘성숙한 꽃미남’”이라고 메트로 섹슈얼을 정의하기도 했다. 이진수씨는 “메트로 섹슈얼이 한때 유행하는 트렌드일 수 있겠지만 다양함의 하나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메트로 섹슈얼로 정의되는 것과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TV를 통해 공개하는 것에 대해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방송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는 등의 답변을 내놓아 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즐기는 듯했다. 이진수씨는 “지금 내 삶은 그 동안 내 노력의 결과”라며 “내 삶을 남들에게 보여주면서 일상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대중앞에 드러내는데거리낌 없고 또 그것을 즐기는 서울의 감각적인 싱글 남자들이었다.

■메트로 섹슈얼이란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단어는 영국의 문화비평가 마크 심슨이 1994년 ‘인디펜던트’지에 처음 사용한 이래 미디어를 통해 천천히 퍼져나갔다. 그는 ‘거울 맨이 온다(Here come the mirror men)’는 글에서 거울을 보며 자신의 외모를 꾸미는 남성을 ‘메트로 섹슈얼’이라 칭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메트로 섹슈얼은 ‘자신의 외모 가꾸기와 라이프 스타일에 돈과 시간을 들이는, 미적 감각이 뛰어난 도시 남성’을 뜻한다.

또 다른 용어사전에서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도시적 라이프 스타일을 사랑하는 멋쟁이 나르시스트로서 여성적인 면을 나타내는 남성’이라고 정의한다.

메트로 섹슈얼(Metrosexual)에서 ‘메트로’는 ‘도시’를 뜻하며, ‘섹슈얼’은 ‘호모섹슈얼(동성애적인)’을 말한다. 즉 원래는 남자 동성애자(게이) 같은 취향을 지녔지만 이성애자라는 뜻이다. 남성 동성애자는 멋부리기를 좋아하고 여성적인 면을 지녔다는 서구 문화의 믿음에 근거한다.

마크 심슨은 2002년 메트로 섹슈얼의 대표적인 인물로, 영국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을 들었다. 베컴은 가장 남성적이고 거친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축구를 주종목으로 하는 운동선수다.

그는 운동으로 단련된 몸과 남성적 매력을 과시하며 많은 여성 팬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귀걸이는 물론 손톱 손질도 하며 패션과 보석에도 관심이 많다. 일부 사람들은 베컴이 그의 축구 실력보다 외모와 머리 스타일로 더 유명하다고 비꼬기도 한다.

김지희기자/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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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세상 속으로 l 2005/10/1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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