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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판타지로 버무린 '사랑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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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죽음. 사랑의 에너지 ‘에로스’와 죽음의 본능 ‘타나토스’. 이 두 가지 상반된 주제는 서구 예술에서 같은 뿌리를 갖고 함께 공존해 왔다.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낭만과 비극성을 동시에 지닌 인간의 영원한 테마다.

격렬하게 드라마틱하면서 무척이나 진부한 이 문학적 주제를 독특하게 풀어낸 두 편의 한국영화가 여름 절정기에 관객을 찾는다. 장르도 시대 배경도 다르지만, 사랑과 죽음을 씨실로 삼고 공포와 판타지를 날실로 삼아 잘 버무려낸 연출력이 돋보인다.

‘기담’은 1940년대 서양식 병원을 배경으로 한 이색 공포물이고 ‘별빛 속으로’는 1970년대 말 한 청년이 겪는 색다른 판타지물이다.

두 영화가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기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에 걸맞은 환상적 이미지를 잘 덧입혔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영화다. 그렇고 그런 공포물에 질린 관객들에게 특이한 경험을 안겨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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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사랑이 낳은 공포=사랑을 잃은 슬픔은 때로는 죽음의 욕망을 낳고, 때로는 공포를 낳는다. 지독하게 사랑했기에, 도저히 떨쳐낼 수 없기에 사랑은 비극으로 승화된다.

‘기담’은 1942년 경성, 신식 의료원 ‘안생병원’을 배경으로 한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신식 문물이 공존하던 시절, 사랑과 연모 때문에 섬뜩한 공포가 빚어진다. 같은 공간에서 나흘간 벌어진 각기 다른 세 가지 이야기는 퍼즐처럼 겹쳐지기도 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해 자살한 한 여고생의 시체가 병원에 들어온다. 의학실습생 정남(진구)은 이 아름다운 시체에 홀려 매일 그를 찾는다. 또 다른 날엔 소녀 아사코(고주연)가 일가족이 몰살한 교통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아 병원에 실려온다. 아사코는 새 아빠와 엄마가 끔찍한 환영으로 등장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서로 끔찍이 사랑하는 의사 부부 동원(김태우)과 인영(김보경)도 안생병원의 일원이다. 어느 날 동원은 아내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나아가 그가 밤마다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다.

‘기담’은 공포영화이지만 무서움보다는 오히려 연민과 슬픔을 자아낸다. 배경이 되는 안생병원 역시 기존 공포영화의 공간처럼 어둡고 음산한 병원과는 거리가 멀다. 핏기없는 하얀색 병원 대신 목조건물을 통해 따스한 느낌의 옐로와 브라운 이미지를 더 활용했다. 벚꽃, 수련, 낙엽, 설산으로 형상화된 영혼결혼식의 환상 시퀀스는 영화가 추구하는 탐미적인 서정 공포를 잘 보여준다.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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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통해 이룬 사랑=‘별빛 속으로’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판타지로 접근했다. 2007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순진한 대학생 수영(정경호)은 명랑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삐삐소녀(김민선)를 만난다. 어느 날 삐삐소녀는 갑작스럽게 투신자살하고, 이후 수영 앞에 이상하고 신비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죽은 삐삐소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실제처럼 나타나고, 새로 과외를 하게 된 여고생 수지(차수연)와는 기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수영은 자신과 수지에 얽힌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영화는 꿈과 현실, 현재와 과거, 환상과 실재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가운데 판타지와 멜로, 게다가 호러까지 가미돼 다양한 장르의 색다른 조합을 맛볼 수 있다. ‘식스 센스’와 같은 작은 반전의 묘미도 있지만, 이 영화가 내세우는 것은 반전이 아니라 운명과 같은 사랑을 이루게 되는 남녀들의 이야기이다. 이승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삐삐소녀는 수영에게 짜릿한 환상의 경험을 선사하고 또 다른 인연으로 이끈다.

‘진정한 사랑은 죽음까지 따라갈 수 있다’고 하지만, 영화는 비장한 신파가 아니라 삶과 죽음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러브 스토리를 전한다. 황규덕 감독은 “이승과 저승을 넘는 사랑 이야기 ‘천녀유혼’과 뻔뻔스럽게 진짜와 거짓말을 애매하게 늘어놓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9일 개봉.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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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7/08/0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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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타선생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담. 오랜만의 매혹적인 작이었어요.
    개봉시기가 조금 아쉽게 되었읍니다.

    2007/08/03 22:23
    • BlogIcon kimjih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둘다 서정적이고 매혹적이었어요. 기담이 좀더 세련됐지만, 별빛속으로도 신비롭고 아늑한 느낌이었습니다.

      2007/08/08 22:16
  2. BlogIcon rai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담'으로 검색하다가 좋은 포스팅 보고 찾아왔습니다^^

    기담 장기 상영을 위한 네티즌 서명을 받고 있는데
    관심 있으시다면 도와주세요^^

    청원문 전문 :

    http://agoraplaza.media.daum.net/petition/petition.do?action=view&no=30536&cateNo=244&boardNo=30536

    영화 제작사, 배급사가 영화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요구하고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영화 기담은 올해 공포 영화의 수작으로 호평 받으며
    적은 상영극장 수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틈에 끼어서
    8월 1일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200여개의 극장, 그것도 소규모 극장으로 개봉했는데
    벌써부터 극장 수가 줄고,
    그나마 상영하는 극장도 단관개봉, 교차상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작사와 배급사의 알력과 배분에 의해
    극장에 걸리는 영화가 결정되고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티상영관이 한 두 어개 블록버스터 영화로만 채워졌습니다.

    기담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상영 극장이 너무 적습니다.
    좋은 공포 영화 기담을 보고 싶어하는 영화 소비자의 요구를 받아주세요

    2007/08/20 18:56



"죽음에 대한 자각은 인간을 더욱 치열하게 살도록 만든다"
식상하고도 당연한 얘기겠지만, 죽음이 코앞에 있다면 하루하루 지겹고 평범하게 보내는 단 하루에도 우리는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의미있게 살려고 할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런 경험을 통해 삶의 소중함, 삶에 대한 열정을 가르쳐주는 소설이다.

참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요즘 우리 서점가에 댄 브라운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이었다. 참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제목처럼 주인공 베로니카는 죽기로 결심한다. 스물 네 살의 예쁘고 젊은 앞날이 창창한 여자지만, 베로니카는 우울증이나 삶의 절망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의 일이 너무 뻔하고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냥 삶을 끝내기로 결심한다. 죽기 위해 수면제를 다량 먹고 의식을 잃은 베로니카는 '빌레트'라는 정신병원에서 눈을 뜬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앞으로 일주일 가량.

죽지 못한 것을 원망하던 베로니카는 정신병원의 '미친 사람들'(이들이 과연 미친것일까 의심하게 하는 인물들- 제드카, 마리아, 에뒤아르)을 만나고 이들과 얘기하면서 삶에 대한 욕망을 느낀다.
또 죽음이 눈앞에 닥친 젊은 아가씨를 보면서 이들 역시 자신의 삶을 다시 평가하며 삶의 의지를 느낀다.
소설 속 반전의 열쇠를 가진 이고르 박사가 쓰게 될 논문 소제목인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가 더 치열하게 살도록 자극한다'는 바로 이 소설 전체의 주제가 된다.

모든 훌륭한 문학 작품이 그러하듯, 이 소설 역시 삶과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녔다. 또 가끔씩 누구나 느끼는 삶의 부조리에 대한 것,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인간이 느끼는 유혹과 갈등을 보여준다.

또 한 가지, 이 소설이 흥미로운 점은 '광기'를 아주 따뜻하게 정상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제드카가 베로니카에게 얘기해준 '왕과 우물' 이야기에서처럼 빌레트 밖과 안의 사람들 중에 정말로 미친 사람들은 누구인지, 또는 미친 사람과 미치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이 '광기'가 진정 자유로운 영혼과 열정 있는 삶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과 광기, 피아노. 주인공이 전환을 맞게 되는 이 연결고리는 참으로 낭만적이고 매혹적이다.

<왕과 우물 이야기>

"한 왕국을 무너뜨리려고 마음먹은 마법사가 있었어. 그는 그 왕국의 백성 모두가 물을 길어 먹는 우물에 묘약을 풀었어.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미쳐버리는 묘약을 말이야.
이튿날, 아침, 물을 마신 백성들이 모두 미쳐버렸어. 왕만 빼놓고 말이지. 왕과 그 가족을 위한 우물은 따로 있어서, 마법사도 접근할 수가 없었거든. 불안해진 왕은 백성들을 통제하기 위해 안전과 공중 위생에 관한 일련의 조치들을 내렸어. 그런데 관리들과 경찰들도 이미 독이 든 물을 마신 상태였어. 왕의 조치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 그들은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지.
왕의 칙령을 접한 백성들은 왕이 완전히 미쳐버렸다고 확신했어. 그래서 모두들 궁궐로 몰려가 함성을 지르며 왕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
절망에 빠진 왕은 왕위를 떠날 준비를 했어. 그런데 왕비가 말렸지. '우리도 우물로 가서 그 물을 마셔요. 그러면, 우리도 그들과 똑같아질 거예요.' 왕비가 이렇게 제안했어.
그래서 왕과 왕비는 독이 든 물을 마셨고, 이내 정신나간 말들을 하기 시작했지. 그러자 백성들은 마음을 돌렸어. 그처럼 크나큰 지혜를 보여준 왕을 무엇 때문에 쫓아내겠어?
그 왕국엔 다시 평화가 찾아왔어. 백성들이 이웃나라 백성들과는 전혀 딴판으로 행동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그리고 왕은 죽는 날까지 왕좌를 지킬 수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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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책은 나의힘 l 2005/12/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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